1심이어 2심에서도 인정받은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권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유달자립센터 작성일25-09-24 19:56 조회3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서울고등법원,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미제공 차별’ 판단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보장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될 판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8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선거관리위원회,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지원거부 차별구제청구소송 2심 선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발달장애인들이 공직선거에서 투표보조를 받을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제기한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18일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정당한 편의 미제공 차별구제청구소송’에 대해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투표보조를 요청했음에도 거절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결했다.
다만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18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선거관리위원회,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지원거부 차별구제청구소송 2심 선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추련에 따르면 많은 발달장애인이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관리 관계자에게 투표보조 필요 의사를 표시하며 정당한 편의 제공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발달장애인은 투표보조는 2018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2020년 공직선거법상 시각 및 신체장애로 인해 기표행위가 어려울 때만 투표보조 동반을 허용하고 있다며 관련 지침을 삭제해 버려 신체·시각장애를 동반한 중복발달장애인이 아닌 경우 투표보조를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하라’ 피켓.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이에 2023년 3월 두 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투표보조를 제공하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장애인의 참정권을 찾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2024년 10월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발달장애 투표보조를 제한하는 법 해석이 발달장애를 포함하는 ‘정신적장애’를 가진 자라고 하더라도 발달장애의 특성상 투표소에서 자신의 의사대로 투표를 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발달장애인 원고들이 투표보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신의 의사에 따른 투표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으므로, 이는 장애인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간접 차별에 해당하며 투표보조를 요청했음에도 거절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선관위는 선고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언론과의 인터뷰와 함께 1심 판결에 항소했으나 2심 판결 또한 발달장애인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18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개최된 ‘선거관리위원회,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지원거부 차별구제청구소송 2심 선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공익법단체 두루 엄선희 변호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공익법단체 두루 엄선희 변호사는 “오늘 판결은 대한민국에서 참정권, 특히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를 보장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판결로 사건 원고들을 포함한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산고등법원 등은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 권리를 인정한 바 있고 이번 2심 판결은 이러한 법리를 다시 굳건히 한 결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그동안 선관위는 투표보조 거부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거듭 나왔음에도 기계적으로 상소를 이어갔다. 또한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별행위를 계속해 왔다”며 “오늘 판결을 계기로 선관위는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햐난 차별행위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선관위는 모든 투표소에서 일관되고 차별 없이 투표보조를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가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기각한 것은 유감스럽다. 이 부분은 원고들과 협의해 대법원 판단을 구하기 위해 상고를 준비할 예정”이라며 “오늘 판결은 단지 원고 두 사람의 권리회복에 그치지 않는다.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만큼 이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입법적·재도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피플퍼스트성북센터 박연지 활동가는 “우리는 수년간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를 인정해달라고 이야기해왔고 법원도 우리의 권리를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선관위는 발달장애인이 혼자 투표행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계속해서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늘 재판에서 우리는 또 이겼다. 법원은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를 막는 것은 차별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제 발달장애인도 당당한 유권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직 대법원 재판이 남아있다고 하는 데 마지막까지 힘을 모아 모두가 평등하게 투표를 하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고 전했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